아프가니스탄 관련 바이든 연설 내용, 미국 입장
오늘 바이든의 연설 내용은 도태된 신앙과 문화만 답습하는 사람들한테 돈과 시간과 인력을 퍼부어봤자 바뀌는 게 없다는 결론으로 밑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지원은 더 이상 없다는 결론입니다.
아프간 정부는 너무 썩었고 죄 없는 남은 국민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결국 예견된 일이 아닌가 합니다.(민주주의를 얻으려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우리도 경험했으며 국민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죠.)
미국도 10년 전에 빈라덴을 잡고 바로 빠졌으면 이렇게 여론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뭔가 플랜이 좀 어긋난 느낌입니다. 군사적으로 원조하는 나라가 자립하려고 할 때, 그 자립하려는 리더가 미국 마음에 안 들면 부패세력이나 극단주의 소탕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에 느릿느릿 움직이고, 그러다 자립 세력이 못 버티고 무너지면 다시 들어가서 미국 의존도를 높여놓는 식이었죠.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게 미국 개입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이 이유이긴 합니다.
아래 내용을 요약하면 '철수 결정은 후회 안 하고 이제 아프간하고는 볼일 없음' 입니다.
1. (철군이 결정된) 5월 1일 이후로 진전된 것이 없고 차가운 현실만 남음.
2. 20년간 미군 철수하기까지 좋은 일이 없었음.
3. 미국이 개입했더니 아프간 정치인들은 아예 포기하고 나라 뜨고 아프간군은 붕괴함.(일부는 남아서 싸움)
4.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다면 미군이 더 이상 죽게 하지 않겠음. 우린 거기 수 조를 때려 박았음.
5. 그 어떤 동맹국보다 아프간의 군대를 키워줌.(병력을 30만 명이나 증원) 줄 수 있는 장비를 다 주고 공중 지원도 해줌.
6. 그런데 정작 아프간은 미래를 위해 싸울 생각이 없으니 우리도 포기함. (그래도 아프간 특수부대는 잘 싸움)
7. 1년이건 5년이건 10년이건 20년이건 미군이 있어봐야 변하는 건 없음.
8. 분명하게 말하건대 '난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 것.'
9. 미국, 동맹국, 자국에 협조한 아프간 인원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6천 명을 파병했고 다 대피할 때까지 비행장을 접수할 것.
10. 우린 안전하게 대사관을 폐쇄하고 인원들 철수시킬 예정. 아프간 난민들에겐 아프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특수 비자를 발급하고 미군이 보호하겠음.
12. 미군은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있고 탈레반이 우리 철수작전을 방해하면 무력을 사용하겠음.
13. 미국의 기나긴 전쟁의 여정을 끝내기로 결정함.
14. 지난 20년간 수많은 실수를 해왔고 더 이상 미국인들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지 않을 것임. 더 이상 미군이 끝없는 전쟁을 하게 하지 않겠음.
15. 아프간 전쟁은 미국의 국익이 아님.
16. 다음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물려줄 바에야 차라리 내가 총대 메고 비난을 받겠다. 이게 옳은 결정이니까.
17. 우리 군과 외교관과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에 봉사하는 용감한 미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미국 내 여론도 철수 자체를 안 좋게 보는 건 아닌데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되는 게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특히 여성과 아이의 인권 유린을 공포할 정도로 인권 침해를 대대적으로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고, 9.11로 인한 무슬림 극단주의의 확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참전용사들의 여론과 의견은 많이 안 좋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파견된 군인들과 지원병이 상상 이상으로 많고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십 년까지 아프간에 상주하며 버텼을 텐데, 내가 힘들고 우리 가족과 떨어져 있더라도 단순히 명분을 위한 전쟁이나 영토분쟁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믿음이 깨진 거죠. 결국 그들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테러나 종교와 별개로 어찌 됐건 실제로 여성인권이 나아지고 굶어 죽고 병원에 못 가서 죽었던 아기들의 시체가 줄어들고 학교 가는 아이들이 생기고 희망을 봤는데 그게 순식간에 무너지니까 상심이 크다고 합니다. PTSD 겪으면서도 버텨내고 장애가 생겼어도 원망하지 않았는데 그 한 줄기가 꺾여버린거죠.
그리고 미국이 전쟁이나 분쟁에 개입한 나라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미국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문제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참 독특하고 희귀한 케이스죠. 미국이 원조한 나라 중에 사실상 유일한 선진국입니다. 시장경제를 바탕에 둔 자유 민주주의 정부를 가지려면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사회주의적 성향을 억누르고 없애버리려고만 하니 부작용과 실패를 양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족국가에 자립심 없이 갑자기 더 좋은 거라고 다른 걸 퍼먹이면 체하게 되어있죠.
미국이 아프간에게 지원했다고 하는 1,000조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사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유일한 국가라 본인들 필요할 때 달러를 마구마구 찍어내고 그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전가하죠. 저 천문학적인 금액을 미국이 혼자 부담한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부채를 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만 브라더스 사태 때도 미국은 본인들이 위기를 만들어놓고는 전 세계에 비용을 다 전가하고 제일 먼저 털고 일어섰고, 판데믹 동안에도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서 위기를 넘겨놓고 저 거대한 국가가 올해 GDP 성장률을 7% 찍을 기세입니다. 그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가 또 감당해야겠죠.
미국이 본인들의 전쟁을 지속하고 말고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1,000조나 썼으니까 미국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주는 건 순진한 발상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로 어마어마한 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그 돈을 쓰는 건 미국의 의무라고 생각해야 하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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