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수준인 여자배구 김연경 도쿄올림픽 스탯
어제 한일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보신 분들이라면 김연경의 활약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다른 선수들도 모두 잘했지만!) 성격도 좋고 마인드도 멋진데 실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바로 어제 경기만 해도 혼자 30점을 득점하면서 팀 점수의 3분의 1을 만들어냈습니다. 김연경 선수가 더 대단한 이유는 수비도 잘하는 올라운더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런 기록을 내고 있는 현재 나이가 34살이고 김연경과 비슷한 공성, 득점 순위의 다른 선수들은 싹 다 공격을 전담으로 하는 아포짓 포지션입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김연경 선수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종목(야구)에 비유하자면
1. 팀 주장임 근데 작전도 잘 짬 (포수 역할)
2. 후위 수비에 블로킹도 잘 함 (내외야 다 커버)
3. 근데 공격도 잘함 (중심타선)
4. 근데 서브도 잘 넣음 (투수)
이런 느낌이라 그냥 어안이 벙벙해지는 실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ㅎㅎ
도쿄올림픽 7월 31일 기준으로 여자배구 스탯 순위입니다. 공수 모두에서 탑5 안에 들고 있습니다. 특히 디그는 12개국 중 11개국의 리베로들을 제치고 상위권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이런 걸 '리빙 레전드'라고 부릅니다.ㅎㅎ
이번 올림픽에서도 명장면이 많은데 어제 일본전에서 13 : 14인 상황에 공격을 미리 읽고 우리 선수에게 알려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전위에는 속공을 쓸 수 있는 센터와 레프트 공격수, 후위에는 백어택 공격 옵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로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김연경 : 수지야 무조건 레프트야!
김연경의 예측대로 일본은 레프트 공격을 했고, 김수지가 유효 블록을 잘 시켜서 반격 상황이 돼 듀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치포인트 상황에 코트 안의 선수가 저 짧은 순간에 확신을 가지고 동료한테 작전을 알려주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김연경은 공격은 조금 떨어지는데 수비가 같이 돼서 탑급이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배국국제연맹이 김연경에게 붙인 수식어가 있습니다. 'you are one in a billion, the one and only' 실력 면에서 유일무이한 선수라고 극찬합니다. 공격력이 떨어지는데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정말이지 많고 김연경은 전성기 기준 공격력도 역대 최고였기에 저런 수식어가 나온겁니다.
김연경 메시 드립의 시초인 구이데티 감독(현재 터키 국대 감독이고 현재 배구계 최고 명장)이 인터뷰한 내용도 있죠.
Q : 당신은 김과 같은 선수는 여태 본 적이 없다고 공식 언급했는데 무엇이 그녀를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드는가?
A : 그녀는 아포짓처럼 득점을 내고 리베로처럼 리시브, 디그를 하며 기계 같은 서브를 넣는다. 그리고 미들 블로커같이 블락을 뜬다. 더 중요한 건 그녀는 팀원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정말로 뭔가 특별한 선수다.
2012년, 2016년, 2021년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30득점 이상을 4번 기록하면서 9년 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 기록은 김연경 선수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기록입니다.
김연경은 레프트 포지션이고 공격이 주인 세계적인 아포짓들을 제치고 유럽 대회 공격상 득점상을 휩쓸었습니다. '공격도 S급 수비도 S급인 전천후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게 결론입니다.
배구를 잘하는 만큼 머리도 똑똑해서 4개국어(일어, 터키어, 영어, 포르투갈어 조금)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어를 배운 경로가 좀 독특합니다. 영어는 터키에서 생활하면서 통역가에게 터키어랑 동시에 배운 거고 영어권에서 생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터키 쪽 발음 억양이 있다는 귀여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ㅎㅎ (친구 중 브라질 선수들도 꽤 있어서 또한 조금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브라질 선수가 잘한다고 인증해 줬다네요.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씁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와중에 언어도 습득하고 배구만 한 게 아니라 그 와중에 골프나 서핑 등 다른 스포츠도 다양하게 배우는 걸 즐기고 잘한다고 합니다. 천부적인 재능도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 핵인싸인것 같아요. 주변에 사람도 많고 본인이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라 거침없이 어울리고 뭐든지 빨리 습득하는 것 같습니다. 저랑 반대되는 성격이라 너무 부러워요.ㅎㅎ
한일전을 이겼으니 이제 부담을 내려놓고 최선만 다해서 부상 없이 남은 경기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몸을 내던지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과 부상투혼으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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