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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라이프

블랙위도우, 나타샤를 떠나보내는 심정 (마블아 살려내ㅠㅠ)

by 문고정 2021.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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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위도우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주의해주세요!

 

 

'블랙위도우'가 개봉 첫 주 136만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역시 마블을 사랑하는 나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국이 아니었다면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도 하고 관객 동원도 더 했을 텐데 아쉽네요. 

 

영화 '블랙위도우'의 한 장면

 

기대했던 영화이니 만큼 스토리 라인이 궁금했었는데 사실 주인공인 나타샤가 활약하는 시기가 '시빌 워의 소코비아 협정' 이후에 동생을 만나면서 성인 역할이 시작이라 살짝 실망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역시절을 앞부분에 보여주기 때문에 나타샤가 왜 스파이로 길러지는지 내막을 조금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한 건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벤져스들이 완다에게 정신 제압을 당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과거 회상 장면이었습니다. 나타샤가 러시아의 스파이로 길러지는 과정에서 당하는 고통과 왜 탈출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몇 장면 만으로도 충분히 보였거든요.

 

영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영화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교관으로 보이는 여자가 본능적으로 나타샤의 의중을 간파하죠. 훈련 중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제압당하며 특출난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감추려고 합니다. 가장 훈련 성과가 뛰어나고 1순위 지명 대상이었던 터라 곧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자궁 적출) 잃을 상황에 놓이게 되거든요. 영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알려줍니다. 너무 잔인한 내용이 될 것 같아서 이 부분을 제대로 안 보여준 걸까요? 블랙위도우 단독 시리즈가 많았다면 보여줬을 것 같은데. 너무 늦게 나왔어요.ㅠㅠ

 

 영화 '블랙위도우'의 한 장면 - 히어로랜딩

 

블랙위도우로 길러지는 여성들은 대부분 고아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오거나, 심지어 나타샤같이 부모가 있는 아이도 납치해서 스파이로 훈련시킵니다.(나타샤의 엄마가 딸을 찾다가 살해당했다는 얘기가 나오죠) 이 과정에서 훈련을 못 따라오면 가차 없이 죽이고 통과한 아이들은 세뇌 과정을 거쳐 러시아 KGB의 '레드룸'에 소속되어 각국에 퍼져 스파이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과거에 나타샤의 가족으로 위장했던 부모와 동생 옐레나도 등장하면서 함께 '레드룸'을 추적해서 없애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정치 스릴러, 첩보물을 기대하고 보시면 살짝 실망하실 수도 있긴 합니다. 저도 그쪽을 기대하긴 했지만.ㅎㅎ

 

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너무 좋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나타샤(스칼렛요하슨)의 비중보다 동생 역할의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의 비중이 크고 더 매력적이니 하는 소리가 있던데 스토리상 어쩔 수 없다고 보고, 영화에서의 나타샤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제가 좋아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가 정말 쩔었습니다. 오프닝은 진짜 여러 번 보고 싶었어요. 전체적으로 OST도 좋아서 화면과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어요. 

 

 영화 '블랙위도우'의 한 장면

나타샤의 아역 연기를 한 파란 머리의 중성적인 소녀는 바로 밀라 요보비치의 딸인 '에버 앤더슨' 입니다. 어쩐지 얼굴에서 익숙함을 느꼈는데 모녀가 정말 예쁘게 닮은 것 같아요. 연기도 곧잘 하던데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봤으면 하네요.ㅎㅎ

 

 

밀라요보비치의 딸인 '에버 앤더슨' 

영화에서 빌런인 '태스크마스터'가 조금 아쉽긴 했어요. 서브빌런이고 주된 내용이 나타샤의 또 다른 가족을 만나는 거지만 원작에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다고 하더라고요. 

 

블랙위도우의 태스크마스터(왼) 원작 태스크마스터(오)

 

물론 실사화를 하면서 꼭 원작을 따를 필요는 없고 벌쳐제모같이 실사화를 잘해서 오히려 반응 좋은 캐릭터도 많습니다. 그런데 태스크마스터의 경우는 기본적인 능력 말고는 모든 게 다 다른 데다 딱히 실사화 버전이 더 매력적이지도 않아서 문제인 것 같아요. 올가 쿠릴렌코라는 주연급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배우 인지도가 있는 만큼 다음 영화에도 나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한 장면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요하슨)가 결국 엔드게임에서 희생하며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이 부분만큼은 혹평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애초에 뉴욕에만 스톤이 2개인데 외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비행능력도 없는 지구인 2명이 왜 보르미르에 간 것이며, 호크아이는 사실 가족이 있는 사람이고 희생의 1순위가 나타샤가 되는 것 자체가 이해도 안 됩니다. 그리고 장례식은커녕 다른 사람들이 추모하는 장면도 없는 게 너무 빈정상하네요. 뒤에 아이언맨과 비교돼서 더 그렇고요. 우스갯소리로 거기서 희생을 하려면 호크아이의 활을 던졌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웃프네요.ㅠㅠ

 

호크아이의 변

물론 나타샤의 희생정신이 돋보이고 호크아이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아요. 계약기간 만료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겠고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 그랬겠지만 그래도 생각할수록 짜증 납니다. 그냥 부활시키세요. 김순옥 작가를 빌려드리겠습니다.

 

뭐 아쉬운 건 아쉬운거 고 '블랙위도우'는 마블 시리즈 중에 가장 좋아했던 '윈터솔저'와 함께 최애 영화가 되었습니다. 사실 스토리는 살짝 진부하긴 한데 '어릴 때 납치당해 스파이로 길러진 젊은 여자들'이라는 소재를 너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여주지 않고도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충분히 느끼도록 잘 연출한 것 같아요. 보시려는 분들은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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