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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라이프

베를린 제작사에서 관세 2억 8천만원을 낸 이유 (ATA까르네)

by 문고정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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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개봉한 영화 베를린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립니다.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해외 로케이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관련자라면 한 번쯤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요.

 

영화 베를린 공식 포스터

 

이 사건은 영화 베를린을 제작하던 당시 생긴 일입니다. 베를린 제작진은 현지 로케이션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얼마 후 관세청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베를린의 제작사인 '외유내강'에서 갑자기 무슨 세금을 내야 하냐고 물었더니 관세청에서 '해외에서 영화 촬영하는데 30억이 들었는데 그중 한국인 스태프들 비용 8억을 제외하면 해외 비용만 순수하게 22억이 들었다. 그걸 하드디스크에 담아 오셨으니 하드디스크가 22억의 가치를 지닌 게 된다. 22억의 부가세인 2억 2천만원, 거기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가산세로 30%가 붙어 총 2억 8천 6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베를린 제작사에 부과된 관세 (하드디스크)

220,000,000 (제작비용 22억의 부가세) + 66,000,000 (가산세 30%) = 28,6000,000원

 

베를린의 제작사 외유내강은 이 소리를 듣고 황당해합니다. '우리는 ATA carnet을 이용해서 예술 목적으로 다녀온 건데 그래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여기서 ATA carnet(까르네)이란? 직업 용품, 전시용 상품, 상품 견본 등을 외국에 일시적으로 가지고 가서 얼마 후 다시 가지 올 때 ATA Carnet(물품의 일시 수입을 위한 통관절차에 관한 조약)에 의거하여 체약국 세관에서 ATA Carnet 만으로 수출입통관절차를 취할 수 있습니다. 주로 예술, 전시 작품에 해당하는 물품들을 국내로 반입할 때 쓰이는 '무관세 임시 통관증서' 입니다.

 

신속하고 간편한 통관 프로세스로서 관세 등의 비용을 면제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와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가입되어 있어 활용성이 높다고 합니다.

 

 

 ATA carnet 로고이미지

ATA carnet(까르네) 제도를 이용해 통관 가능한 물품

1. 직업 용구
2. 전시회, 박람회, 회의 등 행사에 전시 또는 사용될 물품
3. 상용견품 및 광고용 물품
4. 포장 용기
5. 선원의 후생 용품
6. 과학장비
7. 교육용구

외유내강 쪽에서는 당연히 영화를 촬영했던 영상물이 담겨있는 하드디스크였고, 문화전시 목적의 자료인데 왜 관세를 물리냐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에서는 '까르네는 예술 전시품일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 하드디스크는 해당이 안 되니 세금을 내야 한다.' 하는 입장입니다.


외유내강@ '그럼 예술가가 외국 나가서 외국에서 그린 그림이 수십억이 되면 그것도 세금을 내야 하나?' 

관세청@ '예술품은 관부가세 면제.'

외유내강@ '그럼 영화는?'

관세청@ '영화는 해당이 안 됨.'

외유내강@ '못 낸다. 이의 제기하겠다.'

관세청@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음.'

외유내강@ '그럼 재판 청구하겠다.'

 

그래서 법원에 해당 사건이 접수되어 재판까지 갑니다. 하지만 법원도 관세청의 손을 들어줍니다.

 

법원@ '원칙상으로 관세를 내는 게 맞다. 법적으로 관세 부가는 문제가 없다. 돈 내세요. 2억 8천 600만원.'

외유내강@ '아니 그럼 하드디스크 실물이 세관을 통과하는 게 문제라면 클라우드로 올린건 세금을 안내도 되는 건가?'

관세청@ '네 안내도 됩니다.'

외유내강@ '시발?'

 

클라우드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올리고 한국에서 다운로드하면 그만. 느려서 정말 답답하긴 할듯.ㅎㅎ)


실제로 관세 대상은 실체가 있는 유체물에 한정되고 무체물은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관세청은 법대로 한 거고 법을 잘 몰랐던 제작사 쪽에서 실수를 한 거죠. 수업료 한번 거하게 치렀네요.

 

이후 한국의 영화사들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있으면 촬영본을 하드디스크에 담아오지 않고 클라우드에 올려서 관세를 피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영화 '베를린'은 흥행에 성공하고 관객도 700만명 이상 들어서 제작자 쪽에서 큰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ㅎㅎ

 

작은 회사 하나를 운영해도 세금과 관련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요. 그리고 디지털 이터(음성, 영상, 이미지 제작물)에 대해 우리나라만 관세를 부과하는 게 아닙니다.

 

 

WTO 모라토리움에 따라 가입국들은 무체물의 전자적 전송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다만 하드디스크 등 매체를 통한 수출입에만 관세를 부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국제 협약 잘 지키고 있는 겁니다. 관세청이 일을 잘한 거죠. 내용을 봐서는 좀 억울한 케이스이긴 한데 아무래도 법은 보수적이라 아직 현실의 사례들을 못 따라와 주는 것 같네요. 그리고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제작자 대표가 본인의 오해임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저장 장치에 데이터를 담아오는 행위는 상품화해서 가져오는 DVD, 블루레이 등 사업 및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수입하는 물건에 관세 부과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고, 개인이 자가 사용 목적으로 가지고 오는 게임CD나 소프트웨어, 해외 직구하는 물건들은 다 관세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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